경기 시작 전 수원FC 위민 동료들과 화이팅을 외치는 지소연
최태문 기자 | 지소연의 WK리그 데뷔전이 치러진 수원종합운동장은 축제의 장이었다.
1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현대제철 2022 WK리그 17라운드 경기에서 수원FC 위민이 보은상무를 3-0으로 꺾었다. 이날은 긴 해외 생활을 마치고 국내 무대로 돌아온 지소연의 WK리그 데뷔전이었다. 2011년 일본에 진출하면서 해외 생활을 시작한 지소연은 2014년부터 8년 넘게 영국 첼시FC위민에서 생활한 뒤 2021-22 시즌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수원FC위민에 입단했다. 지난 7월 전국여자축구선수권을 통해 수원FC 소속으로 경기에 출장하긴 했지만 WK리그는 이날 경기가 첫 경기였다.
수원FC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두 '지소연 효과'를 확실히 누렸다. 그라운드 안에서 지소연은 FIFA와 FIFPRO(국제축구선수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월드 베스트11 후보에 오를 기량임을 확실히 증명해 보였다. 전반 26분 페널티지역 안에서 나온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팀의 선제골이자 자신의 WK리그 데뷔골을 터뜨렸다. 후반 44분에는 다나카 메바에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추가골까지 기록했다.
단순히 득점을 기록한 것 외에도 지소연은 팀의 패스 템포를 끌어올리거나 상대 수비 여러 명을 상대로 기술적인 전진 드리블을 성공시키는 등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직 동료들과 손발이 완벽하게 맞는 모습은 아니었으나 이미 그라운드 위에서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지소연의 영향력은 그라운드 밖까지 계속됐다. 이날 경기에는 이번 시즌 WK리그 최다 관중이 수원종합운동장, 캐슬파크를 찾았다. 이번 시즌 홈경기 유료입장 정책을 도입한 수원FC지만 이날 경기에 한해서는 지소연이 관중들의 입장료를 전액 제공하겠다고 구단에 요청해 무료입장이 이뤄졌다. 입장료는 향후 수원 지역 여자축구선수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여자축구팀 최초로 머천다이징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수원FC의 홈경기장 팬스토어에서 여자팀 관련 머천다이징 상품 판매도 이루어졌고 이날 팬스토어 매출의 90% 이상이 지소연과 관련된 매출이었다. 관중석에서는 91번 지소연을 마킹한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우연히도 이날 경기의 관중수는 지소연의 등번호와 같은 1091명(국가대표팀의 10번, 수원FC의 91번)이었다.
지소연을 취재하기 위해 다수의 취재진도 경기장을 찾아 WK리그 경기에서 이례적으로 경기 후 정식 기자회견까지 열렸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만난 지소연은 "이날을 많이 기다렸다. 데뷔까지 긴 시간이 걸렸는데 많은 팬들이 현장을 찾아 주셔서 신나게 경기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우리 팀이 매 경기 다른 팀들보다 골을 많이 소유하지만 박스 안에서 마무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도움이 되고자 했다. 평소 경기를 하면서 긴장을 잘 안 하는 데 오늘은 긴장이 돼서 실수가 잦았다. 동료들과 더 발을 맞추고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처음으로 만난 홈팬들을 위한 팬서비스에도 열심이었다. 팀의 세 번째 골을 기록한 직후에는 수원FC 남자팀 이승우를 따라 하는 댄스 세레머니를 펼치는 등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이승우 선수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나도 춤 연습을 좀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어 보인 지소연은 "팬들이 보는 재미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세레머니도 해 봤다. 국내 팬들이 제 경기를 현장으로 보러 와 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경기를 뛰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지소연은 선수단 버스 앞에서 기다린 수많은 팬들의 사진과 싸인 요청에 일일이 응하며 팬서비스도 아끼지 않았다.
[뉴스출처 :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