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김진원 기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NH농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전면 중단 선언에 이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 중단 분위기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가계대출이 다시 치솟자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설상가상으로 전세대출 규제 이야기도 스멀스멀 나오고 있어 현실화될 경우 무주택 실수요자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일단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면서 당국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이지만 일각에서는 결국 정부가 전세대출 규제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본보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시장의 우려 섞인 분위기 등을 자세히 전하고자 한다.
은행들 대출 규제 릴레이 `동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가계대출 폭증… 금융당국, 대출 규제 `본격화`
지난달(8월) NH농협은행이 오는 11월 30일까지 부동산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하면서 대출 규제에 신호탄을 쏘더니 우리은행이 전세자금 대출 중 `우리전세론`의 한도를 이유로 대출 중단에 나섰고, SC제일은행도 일부 부동산 담보대출을 중단했다. 이에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도 대출 조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금융감독원이 가계대출 관리 소홀을 이유로 KB금융지주 계열사인 KB저축은행에 경영 유의사항 4건, 개선사항 1건 등 경영 유의 조치를 내리면서 제2금융권인 일부 저축은행들은 일시적으로 대출 상품을 판매 중단하면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대출 규제 고삐를 당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과 관계에 있어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은행권 가계대출을 꼽을 수 있다.
이달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달(8월) 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1046조3000억 원에 이르며 전월 대비 6조2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보다 증가세는 다소 주춤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주택매매 수요로 인해 역대 4번째(8월 증가액 기준)로 큰 폭으로 올랐으며, 기업대출도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지난 4년간 20대, 30대 청년들이 받은 전세대출 규모가 약 60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며 우려의 시선도 상당하다.
이달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입수한 5대 시중은행 전세대출 현황을 보면, 지난 6월을 기준으로 전세대출액이 148조5732억 원에 달하며 현 정부 출범 직후 당시 52조8189억 원보다 2.8배 증가했다. 실로 폭발적인 증가세임을 알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20대의 전세대출액은 2017년 6월 당시 4조3891억 원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24조3886억 원을 찍으면서 지난 4년간 5.6배 폭증하며 세대별 평균 증가율의 2배를 상회했다.
30대 역시 같은 기간 38조8501억 원이 증가하며 63조6348억 원을 기록, 증가한 금액만 놓고 봤을 때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임대차 3법 시행 등으로 폭발적인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대출 규모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특히 20~30대 청년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조급해지면서 무리를 해서라도 전세대출을 감당하며 집 마련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젊은이들의 대출 급증 역시 동반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즉, 집값이 폭증한 상황에서 거주할 집을 마련하기 위해 자금이 부족한 대다수의 청년들이 어쩔 수 없이 대출을 끌어당기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를 다시 바꿔 말하면, 집값이 잡히지 않는 이상 무주택 청년들 처지에서 전세대출은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대출마저 규제한다면 무주택자들과 같은 실수요자들의 주거 상황은 더욱 열악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전세대출 규제 두고 반발 조짐… 당국 한 발 `물러서기`
추후 상황에 따라 전세대출 `옥죄기` 가능성도
실제로 금융당국이 규제 범위를 전세대출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심심찮게 들리자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세대출까지 막으면 집 없는 무주택자이 직접 피해를 당하는데 가계부채 급증을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는 의견들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전세대출 규제에 대한 반발이 거셀 조짐을 보이자 일단 금융당국은 한발 물러서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이달 8일 금융당국은 내년 상반기까지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는 이어가겠지만 당분간 전세자금대출을 건드리거나 규제 강화 검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실질적으로 전세대출 자체가 무주택자들과 같은 실수요자들이 받기 때문에 자칫 안일하게 규제를 했다가는 부작용만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감독강화 대상과 범위, 구체적인 방안, 추진일정 등은 확정된 것이 전혀 없다"면서 "전세대출의 경우 서민과 취약계층 등 실수요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가는 만큼 이들이 자금조달에 차질이 없도록 각별히 신경 쓸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계속되는 강도 높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에도 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언제라도 전세대출까지 규제 사정권에 넣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금융당국은 전세대출 중 일부가 본래 용도와 다르게 주식이나 암호화폐 등에 쓰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규제 시 전세자금대출 때 자금조달계획서 징구 등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관 업계 관계자는 "사실 가계대출 총량에 있어 중요한 것은 신용대출이 아니라 담보대출이며 전세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갭투자의 원인 역시 전세대출로 보고 있는 만큼 추후 필요한 시기가 오면 전세대출 규제라는 강수를 둘 여지도 얼마든지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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