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권혜진 기자] 서울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의 시공자로 선정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우건설 법인이 벌금을 선고받았다. 같은 시기 이뤄진 신반포15차의 시공자 지위 복권 직후라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관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일부 건설사에서 시공자 선정을 앞둔 조합원들을 매수하는 데 현금을 사용하거나, 홍보원들이 조합원들에게 직접 돈을 주거나 고가의 선물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할 경우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법원 "대우건설, 조합원들에게 현금 400만 원ㆍ선물 2900만 원 제공… `유죄`"
소식통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3단독 양환승 부장판사)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우건설 관계자에게 징역 1년 3개월에 집행유예 2년, 대우건설 법인에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관련 홍보 대행ㆍ수주 기획 협력 업체 직원들 역시 200만~1000만 원가량의 벌금형을 받았다.
실제 조합원들에게 제공된 현금은 400만 원, 선물은 2900만 원 정도로 파악됐다. 현실적으로 금품을 제공하지 않고 제공하겠다는 의사표시만 한 경우와 비교해 죄질의 차이가 있었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법원은 판결을 통해 "시공자 선정을 위한 금품 제공 행위는 자유로운 경쟁과 시장의 질서를 해칠 뿐만 아니라 그 비용이 수분양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 "제공하려고 한 금품 액수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고 판결했다.
2017년 7월 대우건설은 신반포15차 시공자로 선정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금품과 선물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대우건설이 수주 기획사 직원들에게 조합원들을 매수하라는 용도로 1억5000만 원의 돈을 줬고, 직원들은 직접 돈을 주거나 고가의 선물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자 선정시 금품, 향응 또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하거나 제공을 받거나 제공의사 표시를 승낙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이곳 조합은 조만간 총회를 열고 대우건설과의 계약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킬 계획이다. 신반포15차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무상특화 578억 원 중 제안사항 이행거부 등 여러 계약이행거절 및 계약불이행 사유로 전체 조합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계약해지가 됐다"며 "1심에서 조합이 승소 했지만 항소심에서는 대우건설이 승소했는데, 항소심 판결은 승복하기 어려워 즉시 상고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국 곳곳의 조합이 손해배상 사전결의 없이 시공자를 해지했다가 시공자 지위와 관련 소송에서 패소한 뒤, 개략적인 손해배상 액수 고지ㆍ해지총회를 개최해 새 시공자 선정을 마치거나 앞두고 있다.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서도 대우건설, 금품ㆍ향응 제공으로 `구설수`
이런 상황 속에서 대우건설은 경기 과천시 과천주공5단지(재건축) 일대에서 금품ㆍ향응 제공 의혹이 일면서 조합원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강남구 재건축 단지에서 벌어진 대형 건설사 직원들의 도시정비법 위반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를 마무리하는 단계를 밟는 중인데도 또다시 금품 및 향응 구설수가 나오면서 유관 업계 이목을 끈다.
올해 11월 시공자선정총회를 가시권에 둔 과천주공5단지 재건축은 2개 사 모두 각사의 사업 조건이 한 수 위라는 홍보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과연 누가 웃을 수 있을지 업계와 조합원들의 모든 관심이 쏠린 형국이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건설업계의 부당한 관행에 제동이 걸리고, 향후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 건전한 법문화가 정립될 것을 기대하지만 현재의 금품ㆍ향응 제공이 그대로라면 사업비 증가, 사업 지연, 공사비의 연쇄적인 상승과 공사 품질의 저하로 이어지는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라면서 "최근 재건축 현장에서 유행처럼 벌어지는 `시공자 되고 보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건설사는 시공자 입찰 당시 무상 특화설계 항목 등을 자랑하지만, 조합 집행부와 공사비 증액을 놓고 다투게 된다"고 꼬집었다.
일부 건설사들이 조합원에게 금품ㆍ향응 제공 외에도 제안 내용을 부풀리거나 허위로 설명해 향후 조합에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보통 경쟁현장에서는 사전홍보 때부터 금품이 뿌려지지만, 특히 부재자 투표를 앞두고 청탁한 회사로 표를 찍어주려고 부재자 투표 현장에 건설사 직원과 함께 갔을 때 금품에 대한 약속이 이뤄지는 경우가 다수로 알고 있다"며 "본인이 살집 인만큼 제안서를 꼼꼼히 비교한 뒤 투표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대어인 과천주공5단지에서 건설사들이 치열한 시공권 대결을 펼치고 있는 상황 속에 일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 직원이 주민들을 접대하는 현장까지 포착됐다.
이곳의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은 기존 재건축 단지와 분명한 차별점이 있기를 바란다"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조합원 금품ㆍ향응 접대로 각종 수사가 이뤄진다는 소문이 무성한데 우리 단지에서도 홍삼, 한우 등 다양한 선물세트가 뿌려지고 있다. 특히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각종 접대를 포함해 대규모 홍보활동이 관찰되면서 조합원들의 민원이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본보가 입수한 녹취록과 동영상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 홍보를 위한 요원들은 해당 아파트 입구에서 진입을 시도하다가 제지 당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동시에 경비원이 조합 집행부의 허가를 받았냐는 질문을 하고, 허가 표찰이 있냐는 물음에도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녹취록에서 대우건설 홍보원은 한 집 앞에서 "제가 지금 뭘 가져와서 전해드리고 가야 한다"면서 "문 좀 열어주세요. 이거 꼭 전해드리고 가야 한다. 아니면 제가 혼난다"고 주민들을 설득했다.
이어서 해당 직원은 "추석이라 선물 조그마한 것 가져 왔다"고 말하면서 조합원이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책자를 봐달라. 연락 꼭 드리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잦은 문자 메세지 발송과 함께 단지 방문시 사은품 전달하러 왔으나 부재중이어서 연락처 남긴다는 메모지를 남기고 가는 등 다양한 방법 등으로 금품 및 향응 제공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뿐만 아니라 과일집 등에서 추석 선물이 담긴 택배를 보내는 장면들 역시 본보가 확보한 사진에서 포착됐다.
재건축 전문가들은 정부와 주민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대우건설의 공격적인 수주 전략 뒤에 숨겨진 불법 금품ㆍ향응 수수 사태에 대한 제보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대우건설 측은 경쟁사 측에서 낸 허위사실이란 입장이다. 회사 측에서는 과천주공5단지에서 불법 홍보나 금품 살포 및 향응 제공을 진행한 적이 없다는 주장으로 최고의 사업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해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일반적인 홍보활동 이외는 일체 금품ㆍ향응 제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사업 조건 등 분위기에 있어서도 대우건설이 GS건설보다 유리한 만큼 금품ㆍ향응 제공을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수 재개발 사업지인 동작구 노량진5구역과 흑석11구역, 노원구 상계2구역 등 굵직한 도시정비사업 실적을 내는 대우건설이 하반기 최대어로 꼽히고 있는 과천주공5단지에서 금품 및 향응에 대한 구설수로 얻는 비판을 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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