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경제=권혜진 기자] 광주광역시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참사에 이어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까지 발생한 현대산업개발이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시공 계약 해지 여론이 높은 형국이다.
최근 광주시 동구청은 원청 회사인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줄 것을 관할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앞으로 현대산업개발의 수주 행보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형국이다.
뉴타운맨션삼호, 부담금 폭탄 맞고 부실시공까지?
기존 시공권 확보 사업지 "현대산업개발 퇴출시키자"
소식통 등에 따르면 회사 측은 사고가 일어난 뒤 관양현대 등 수주에 힘쓰던 조합원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또 기존에 시공권을 확보한 구역들 역시 비슷한 취지의 홍보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제보를 통해 현대산업개발이 조합원들을 현혹하기 위해 우호적인 사업 조건을 제시하고 홍보를 위해 작업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민심이 현대산업개발의 손을 들어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이달 21일께 경기 안양시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지구 재건축사업의 조합원들은 현대산업개발의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걸고 항의 움직임에 나섰다.
이 사업은 안양 동안구 평촌대로 358(비산동) 일원 11만8751.9㎡를 대상으로 건폐율 17.99%, 용적률 296.33%를 적용한 지하 3층~지상 31층 규모의 공동주택 2618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신축할 계획이다.
2012년 6월 11일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2016년 5월 4일 조합설립인가를 득한 후 2020년 1월 14일 사업시행인가, 2021년 2월 9일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지구의 한 조합원은 "조합 집행부에서 시공 계약 해지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제출하고 현대산업개발을 퇴출시켜야 한다"면서 "조합원들은 부담금 폭탄을 맞아 관련 불만과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 부실시공 이미지까지 겹쳐 더는 함께할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현대산업개발을 보이콧하는 분위기는 전국으로 번지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공동으로 참여해 시공하는 대전 서구 탄방1구역(재건축), 광주 북구 운암3단지(재건축) 등이 관련 절차를 검토 중이며,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자였던 울산광역시 남구B-07(재개발)도 협상을 중단할 것이란 내용의 공문을 회사 측에 보냈다고 전해졌다.
서울 노원구 상계1구역(재개발), 강북구 미아4구역(재개발) 역시 시공자를 바꾸자는 조합원들의 의견이 크게 늘고, 집값이 곤두박질치니 안 되겠다고 항의하는 주민들이 현대산업개발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조합의 주민은 "광주 학동 철거사고와 비교할 때 이번 사건은 현대산업개발의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가"라며 "시공자 교체를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업계 소식통 등에 따르면 같은 안양시의 동안구 관양현대 재건축 조합의 일부 조합원들은 이달 20일 서울 용산구 KTX 용산역에 있는 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건설사 퇴출을 주장하며 시위를 진행했다.
다음 달(2월) 5일 시공자선정총회가 예고된 관양현대 재건축은 안양 동안구 관평로 333(관양동) 일대 6만2557㎡를 대상으로 지하 3층에서 지상 32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15개동 1305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관양현대 한 재건축 조합원은 "공사장 붕괴사고 이후 전체 아파트 조합원 900여 명 중 약 850명 이상이 현대산업개발 참여를 격렬하게 반대한다"면서 "우리 구역 외에도 현대산업개발 참여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경쟁사가 시공하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업계 한쪽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당분간 새로운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발을 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면서 "현재 우리 국민의 가장 관심 있는 주제인 `집`을 짓는 현대산업개발의 시공능력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면서 아직 추가 수주도 밝지만은 않을 전망"이라는 분석을 냈다.
시공자 선정 절차를 밟던 전국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자로 선정했거나, 검토하던 상황을 멈추라며 조합원 및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의왕시 부곡다구역, 고천가구역과 나구역 등에서도 관양현대를 이어 현대산업개발 해지 및 보이콧에 관한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마ㆍ변동4구역 재개발 등 컨소시엄 금지 요구
광주뿐만 아니라 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하고 공사를 맡은 구역들이 일제히 사업 정체가 공식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수주현장들은 비상이 걸렸다. 또 현대산업개발이 총괄하는 현장ㆍ컨소시엄 현장에서도 현대산업개발을 배제하고 시공자를 다시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대전광역시 도마ㆍ변동4구역(재개발)도 시공자 선정을 앞두고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흐르고 있어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일부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갈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형국이다.
도마ㆍ변동4구역 재개발사업은 대전 서구 변정7길 5(변동) 일원 18만1962㎡에 지하 2층~지상 38층 규모의 공동주택 3200여 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신축할 계획이다.
그런데 이곳에 ▲현대산업개발을 주축으로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등이 이미 3개 사 컨소시엄을 꾸려 입찰에 참여한다는 소문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도마ㆍ변동4구역의 조합원들은 "당장 컨소시엄 금지를 걸든 2개 사 컨소시엄 가능 등을 허용하든 조합에서는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무너지는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를 주관사로 해서 시공자를 선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주민들은 컨소시엄 입찰도 반대지만 현대산업개발의 붕괴사고를 보고도 3개 사 컨소시엄 입찰을 허용하는 것은 조합원들을 기만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 같다고 덧붙인다.
한 재건축 전문가 역시 "`앞으로 구매하는 집이 아이파크라면`이란 질문에 절반 이상이 다른 브랜드를 알아본다고 응답했다. 32.6%의 응답자는 그냥 살겠다는 답변을 했다"면서 "현대산업개발의 `아이파크` 브랜드 적합도에 대해선 응답자의 80% 이상 `아이파크는 부실공사 이미지가 강해졌다, 기피 브랜드`라고 대답했다. 이제 선택은 조합원들의 몫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 AU경제(http://www.areyou.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