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상담실
박미영 기자 | #. A는(20세) 채팅앱을 통해 만난 가해자가 자신의 사진을 보며 ‘너무 예쁘다’며 대화를 시도하고 기프티콘을 선물해주고 싶다며 단톡방으로 이동해 대화를 나눴다. 몇개월 간 A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환심을 산 가해자는 이후 A의 얼굴이 보고 싶다며 얼굴 사진부터 이후 속옷만 입은 사진 등 점차 수위를 높여가며 성적인 사진과 영상을 요구했다. A는 더 이상 사진을 보내줄 수 없다며 거부하자 가해자는 그동안 찍은 사진, 영상들을 친구들과 SNS에 다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A는 죽을 각오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이후 과정이 쉽지가 않았다. A는 처음 해보는 경찰 신고에 고소장은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지, 변호사는 어떻게 선임해야 하는지, 삭제는 어떻게 요청해야 하는지 혼자 검색하며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일이 너무 난감하기만 했다.
서울시가 제2, 제3의 n번방 피해를 막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통합 지원하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29일) 개관했다. 피해자들이 이곳저곳을 헤매지 않고 긴급 상담부터 고소장 작성, 경찰 진술동행, 법률‧소송지원, 삭제지원, 심리치료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2년이 지났지만 디지털 성범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20년 전국 디지털 성범죄 피해 발생은 9,549건으로, 이중 서울시가 26%(2,532건)를 차지하고 있고(경찰청, '20년 12월 통계),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 또한 ’20년 444건으로 ’19년 대비 103%(218건) 증가했다.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는 전국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신속한 지원을 위해서는 추가 지원 기관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시는 공공기관인 서울여성가족재단에 위탁 운영해 공공성을 확보함으로써 영상물 삭제까지 처음으로 지원해 지원의 연속성·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물·사진 등에 대한 삭제지원은 그동안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했던 지원이다.
그동안 시는 민간단체를 통해 젠더폭력 분야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 상담 등을 지원하는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서비스를 해왔지만,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영상물 삭제는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 센터 개관을 통해 운영하고자 했다.
시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개발·운영 중인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공동 활용해 피해 영상물을 신속하게 삭제·지원할 예정이다.
피해게시물 유포 현황을 찾기 위해서는 삭제지원 전담인력이 온라인상 피해영상물을 직접 검색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있으나,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활용하는 경우 삭제지원이 훨씬 신속하게 이뤄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가 경찰청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을 함께 활용함으로써 시스템 구축비용에 대한 예산절감(약 2억원)의 효과도 가져오게 된다.
또한 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AI(인공지능) 딥러닝을 활용해 피해 영상물을 삭제하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AI가 피해 영상물을 학습함으로써 불법 성인사이트 뿐만 아니라 SNS 등 인터넷 전체에 유포된 영상물을 빠르게 식별하고 효율적으로 삭제 지원하는 기술이다.
AI 딥러닝 삭제기술은 피해 영상물의 영상과 오디오 정보에서 특징정보를 추출, 학습트레이닝을 통해 인터넷에서 유사한 영상을 검색하는 기술이다. AI 딥러닝 기술을 통해 신속 정확하게 영상을 검색, 삭제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과 병행 사용해 날로 지능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목표다.
피해자 지원도 강화된다. 시는 피해자들이 24시간 신고·긴급 상담이 가능하도록 상담 전용 직통번호 ‘815-0382(영상빨리)’를 신규로 개설(3.29일 운영)했다. 또한 부모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카카오톡(검색: 지지동반자0382)을 통한 긴급 상담 창구도 운영한다. 피해 신고 시 경찰 수사 동행 및 부모상담, 심리치료 등도 지원할 계획이다.
직통번호는 주간(10시~17시)에 운영하고 야간·휴일에는 여성긴급전화 1366과 연계해 24시간 상담 및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시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긴급 신고 및 상담창구를 개설하고, 실시간 카카오톡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시는 서울경찰청과의 협업을 통해 운영 중인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연계를 통한 지원도 강화한다. 시는 기존에 운영했던 지지동반자 사업을 센터에서 운영해 전용차량(2대)을 통해 피해자 경찰 수사동행, 법률‧소송 지원을 강화한다.
센터 개관 후에는 ‘디지털 성범죄 전담 법률지원단 및 심리치료단’ 100인을 발족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 법률·소송지원(1건 165만원) 및 심리치료 비용(1회 10만원, 10회)을 무료로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긴급 신변안전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변경, 개명 신청 등을 지원하고, 생계비 지원 연계 등 복지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추진한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및 ‘아동‧청소년 온라인 그루밍(길들이기) 예방 프로그램’도 센터에서 운영한다. 예방 뿐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아동‧청소년 가해자 상담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아동‧청소년 온라인 그루밍 예방을 위한 온라인 조기상담 및 예방활동 등을 강화하고, 미국‧유럽 등 국제공조를 통한 온라인 그루밍 예방환경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는 오세훈 시장이 발표한 서울시정 마스터플랜인 ‘서울비전 2030’의 하나로 추진된다. 대통령 당선인의 범죄예방·피해구제 분야 공약으로 채택된 바 있다.
서울여성가족재단(동작구 대방동 위치) 내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에는 3개팀(상담팀, 삭제팀, 예방팀) 총 13명의 전문 인력이 상주한다.
공간은 ▴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상담실’ ▴영상물 등 삭제 업무를 하는 ‘삭제실’ ▴사무실 ▴직원휴게실(실내·외 총 2곳)로 구성됐다.
피해 영상물 삭제지원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별도 보안시스템도 구축했다. 삭제실의 경우 담당자 외에는 출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내부 보안 조치도 강화했다.
오세훈 시장은 최관호 서울경찰청장, 시민,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전문가, 유관기관 단체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29일(화) 14시 30분 동작구 서울여성가족재단 내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에서 현판식을 갖고 시설을 라운딩했다.
또한 오 시장은 시민, 피해자 대리인,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 개관기념 현장 간담회’도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 2년이 되는 현 시점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와 피해자 지원체계의 문제점, 향후 센터의 방향성 등에 대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됐다.
간담회는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시민감시단(801명)을 대표해 시민 2명이 참석해 시민들의 눈으로 바라본 인터넷상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에 대해 시장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피해자 대리인으로는 ‘찾아가는 지지동반자’ 2명이 참석해 피해자 실태와 함께 향후 센터의 운영방안도 시장과 함께 논의할 수 있었다. 또한 ‘n번방 사건’ 대응 변호사인 서혜진 변호사가 간담회 사회자로 참석해 피해자 지원에 있어서의 법률지원 필요성도 함께 이야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시민감시단 오주영씨는 “자녀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로서 아동·청소년들이 처한 환경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며, “앞으로 서울시 센터가 우리 아이들이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하는데 그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우리 사회에 n번방 사건이 알려진 지 2년이 흘렀지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아동·청소년들은 범죄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고, 피해를 입고 난 후에도 적절한 대응방안을 몰라 더욱 고통받고 있다”며, “서울시는 ‘서울 디지털성범죄 안심지원센터’를 통해 예방에서부터 삭제지원, 심리치료 등 사후지원까지 피해자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출처 : 서울특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