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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카풀‧스마트폰 교육 등 일상도움 주고받는 '서울시간은행' 시작

도움 제공한 시간만큼 ‘시간화폐’로 적립, 나에게 필요한 도움 받을 때 사용 新품앗이

등록일 2022년05월03일 16시5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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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대식

 

조희석 기자 | 서울시가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써서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내가 쓴 시간만큼 ‘시간화폐’를 적립해 나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을 때 사용하는 신개념 품앗이 ‘서울시간은행’을 시작한다.

 

‘서울시간은행’은 미국에서 도입돼 현재 영국, 호주 등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타임뱅크’ 방식을 차용했다. 다른 회원에게 도움을 제공하면 활동시간 만큼 시간화폐(Timepay, 타임페이)를 적립하고, 적립된 시간화폐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 사용하는 방식이다. ‘타임뱅크’를 도입한 다른 국가・도시중 일부에서는 기부나 별도로 지정된 사용처에서도 시간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활성화된 곳도 있다.

 

‘서울시간은행’은 간단한 집수리부터 카풀, 반찬 나눔, 반려동물 산책 같이 거의 대부분의 일상적인 도움 주고받기에 적용될 수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쳐드리고 시간화폐를 적립한 대학생이 나중에 자취방 이삿짐 나르기나 자전거 수리 같은 도움이 필요할 때 시간화폐를 사용하는 식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는 ‘서울시간은행’을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해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고 공공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대도시형 공동체 모델로 만들어간다는 목표다.

 

최근 전통적 의미의 가족과 지역공동체가 급속히 해체되면서 서울에 사는 10가구 중 3가구 이상이 1인가구(34.9%)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 도시정책지표조사('20년 기준)에 따르면 ‘어려울 때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는 서울시민이 21.8%일 정도로 외로운 사회가 됐다. 고립된 개인이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공공에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양적·질적으로 증가하는 공공서비스 수요를 공적 재정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시는 ‘서울시간은행’이라는 방식으로 시민 주도의 상호호혜적 관계망 구축과 건강하고 견고한 공동체 형성을 유도해 소외・고립으로 인한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우선 올해 4개 거점(지점)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연말까지 민간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 효과를 분석・검증한다. 2023년에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런칭하고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 본 사업에 돌입한다.

 

시범사업은 9일부터 네이버 카페 ‘서울시간은행’을 통해 순차적으로 시작한다. 14세 이상 서울시민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시범사업이 추진되는 4개 거점별로 코디네이터가 배치돼 활동 수요・공급 매칭, 시간화폐 적립・사용 등을 지원한다.

 

시는 시범사업에 앞서 3개 유형(▲기관자원연계형 ▲생활권기반형 ▲문제해결형) 6개 운영모델을 도출했으며, 은행 지점 개념의 4개 거점(①국민대-정릉 ②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방학2동 ③타임뱅크하우스-홍은동 ④서울시청)에 적용해 추진한다.

 

①국민대-정릉지점에서는 기관자원연계형 가운데 대학연계모델이, ②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점에서는 기관자원연계형 가운데 공간연계모델이 각각 추진된다. ③타임뱅크하우스지점에서는 생활권기반형 중 지역거점모델과 문제해결형 중 노노케어모델 2가지가 함께 운영된다. ④서울시청지점에서는 생활권기반형 중 직장기반모델과 문제해결형 중 아이돌봄 2가지가 함께 운영된다.

 

다양한 국내외 타임뱅크 사례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대학교, 공유공간, 복지관 등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대도시 서울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각 유형별로 활성화를 유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향후 전 영역으로 확장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①국민대-정릉지점 : 대학생과 지역주민 상생발전 위한 대학연계모델…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국민대-정릉지점’에서는 국민대학교 학생들과 정릉동 일대 주민들이 함께 참여한다. 학생들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그간 이론으로 학습한 사회적가치 창출에 참여하는 기회를, 지역주민들은 대학자원을 활용할 기회를 각각 얻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학교와 지역주민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동체임을 인식하고 지역과 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상생모델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유도하고자 한다.

 

지역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물품조립법·디지털기기활용법·운동방법 코칭 등 일상생활 도움을 요청하면, 요청받은 학생들이 도움을 제공한다. 학생들도 주민들에게 자취방 정리정돈·밑반찬 나눔·창업 노하우 등 소소하지만 유용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 등 지역상생활동과 시간은행활동을 연결, 확장해가는 것은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기획·지원한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수탁기관인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에서도 산하 단체인 ‘행복나눔 가피봉사단’을 통해 배밭골 주민의 집수리 활동을 지원하는 등 국민대-정릉지점 활동에 적극 동참할 예정이다.

 

국민대학교는 ‘사회가치 창출을 위한 산학협력 선도대학’이라는 비전하에 학교와 지역의 상생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특히,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단장 오하령)의 ‘LINC+사업단’ 중심으로 지역시장 홍보영상제작 온라인 공모전을 열어 재학생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민대학교는 그간의 상생활동 경험과 지역자원을 연계해 서울시간은행 운영에 서울시와 협력한다.

 

정릉시장상인회, 배밭골마을협의회, 정릉3동 주민자치회 등 정릉동 인근의 주민들은 이미 7년째 마을축제, 대학생 명예 주민자치위원장 위촉, 산신제 등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학생들과 여러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한 경험이 있어 ‘서울시간은행’ 사업으로 이러한 교류가 일상적으로 지속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②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점 : 세대 구분없는 종합 커뮤니티 케어 중심 공간연계모델…호혜활동 선순환 기대'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점’(도봉구 방학2동)은 어르신, 어린이, 청소년, 중장년층, 가정주부 등 전 세대가 이용하는 공간인 특성을 살려 세대를 넘나들며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세대통합형’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이웃 간 도움 교환 활동에 제약이 있었던 만큼, 이번 서울시간은행 시범사업을 계기로 공동체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복지관 이용 어르신의 요청으로 인근 스마트폰 가게 운영주민이 스마트폰 이용법을 알려주면 이를 시간단위로 환산해 시간화폐로 지급받는다. 적립된 시간화폐를 사용해 우천시 자녀의 학교에 우산을 대신 가져다주는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어르신에서 시작한 도움이 자녀세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도움을 받은 학생이 다시 어르신에게 말벗 도움을 드리는 등 활동이 순환하고 세대를 넘나드는 포괄적 커뮤니티 연결망이 생긴다.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단장 : 한상진)은 이미 2020년부터 서로나눔 품앗이 활동인 '품-ⓘ(품아이)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에 산돌마을활력소, 숲속마을활력소 등 커뮤니티공간이 풍부해 이를 접목한 공간연계형 상호호혜 활동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③타임뱅크하우스지점 : 노인인구多 홍은동서 ‘노노케어’ 활동 중심으로 자기 효능감 높이고 관계망 확장'

 

‘타임뱅크하우스지점’은 노인인구가 가장 많은 홍은동에 위치하고 있어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일명 '노노(老老)케어' 활동을 중심으로 노인의 자기효능감을 높이고 고립된 관계망을 확장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비영리법인 (사)타임뱅크코리아가 주요 협력기관으로 참여하며, 6월 중 홍은동 포방터시장 내에 시간은행 활동 거점공간인 '타임뱅크하우스'를 개소할 예정이다.

 

‘타임뱅크하우스지점’에서는 '노노(老老)케어'의 구체적 활동으로 서로배움교실'을 운영한다. 노인 한 명이 요청을 받아 탁구·게이트볼 등 생활체육을 1시간 코칭해주면 이를 시간화폐로 적립하고, 이를 사용해 동료 노인에게 자기 집 화단가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노인 간 서로배움 교실을 통해 비슷한 연령대의 동네주민이 서로 ‘얼굴보고 안부묻기’를 할 수 있어 외로움과 고립감 해소를 기대할 수 있고, 노년층의 자기효능감도 높일 수 있다.

 

또한 기존에 발달장애인 중심의 플로깅 활동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활동도 계속된다. 도움받는 존재로만 인식되어오던 장애인과 노인들이 이웃에게 도움 주는 활동으로 자신의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게 되는 것 자체가 큰 변화다.

 

(사)타임뱅크코리아(대표 : 손서락)는 국내에서 ‘타임뱅크’ 확산을 위해 연구와 교육, 기업협력 등을 해온 비영리법인으로, 2017년 설립됐다. 구미, 춘천, 가평 등 타임뱅크 리더교육을 추진하고 중국, 영국, 미국 등 세계 40개국 타임뱅크와의 교류에도 활발하게 참여 중인 기관이다.

 

'④서울시청지점 : 시 공무원 대상 아이돌봄, 카풀 등 서로도움으로 안정적 직장공동체 형성 기대'

‘서울시청지점’은 같은 직장 동료라는 기존 신뢰 관계에 기반한 모델로, 일과 육아의 병행을 돕는 아이돌봄 활동에 많은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어린이집 등하원 카풀, 주말 육아 품앗이 등의 활동부터 카풀, 1:1멘토링, 업무 노하우 공유, 물품 대여 등의 일상적 도움까지 확장 가능하다.

 

이를 통해 직원 간 상호 호혜적 네트워킹이 활발해지면 직장생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일과 생활이 균형 잡힌 건강한 직장문화 형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직장 내 타임뱅크의 도입이 업무생산성 향상에 효과가 있었던 미국 스탠포드병원의 사례처럼 ‘서울시청지점’ 모델이 활성화될 경우 타 지자체나 민간기업으로도 하나의 직장공동체 문화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까지 민간 전문기관을 통해 시범사업 효과를 분석·검증하고 2023년까지 ‘서울시간은행’ 사업을 전(全)지역ㆍ전(全)영역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공의 신뢰성을 담보하면서 당근마켓 같은 민간의 거래 앱 같은 편의성을 갖춘 전용 온라인 플랫폼도 런칭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에서는 모델별 핵심자원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참여시민들의 사업 이해도가 높아지는 2023년에는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일상 속 활동 전반에 시간은행 방식을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일일이 사람 손으로 기록・관리하는 활동 및 시간화폐 거래내역을 ‘서울시간은행’ 플랫폼에 단계적으로 디지털화해 시민들의 편의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서울시는 2일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주요 기관과의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발대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시, (사)타임뱅크코리아, 국민대학교 산학협력단, 도봉구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등 총 5개 기관이 참석하여 협약서 서명, 공동의 ‘다짐과 약속’ 낭독 등 서울시간은행 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협력의 의지를 다졌다.

 

이원목 서울시 시민협력국장은 “개개인의 고립과 외로움 해소와 함께 현대 대도시의 지속가능성 유지를 위해서도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모델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울시간은행이 참여확대와 신뢰회복으로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상생도시 서울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노력해 가겠다”고 말했다.

 

[뉴스출처 :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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