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 감독
최태문 기자 | “한국 여자축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주인공이 우리 선수들이기를 바란다.”
황인선 여자 U-20 대표팀 감독이 8월 코스타리카에서 열리는 2022 FIFA U-20 여자 월드컵에 대한 굳은 각오를 밝혔다. 4월 27일부터 5월 3일까지 파주NFC에서 2022년 4차 국내 소집 훈련을 실시한 황인선 감독은 조 추첨식 참석과 현지 실사를 위한 코스타리카 출국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U-20 여자 월드컵에 참가하는 것은 2016년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월드컵 이후 6년만이다. 2018년 프랑스 월드컵은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2020년 월드컵 출전권을 따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무산됐다. 이때 승계된 출전권으로 올해 열리는 월드컵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황인선 감독은 얼마 남지 않은 월드컵을 대비해 매달 소집 훈련을 진행하며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팀의 조직력을 다져가고 있다. 그는 한국이 U-20 여자 월드컵 최고 성적(3위)을 거뒀던 2010년을 언급하며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열악한 한국 여자축구 환경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 여자축구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다”고 밝혔다.
조 추첨식은 5일(현지시간) 코스타리카 산호세에 위치한 코스타리카국립극장에서 진행된다. 한국은 가나, 뉴질랜드, 브라질과 함께 포트3에 속해 있다. 포트1(코스타리카, 독일, 일본, 프랑스), 포트2(나이지리아, 미국, 스페인, 멕시코), 포트4(네덜란드, 캐나다, 콜롬비아, 호주)에 모두 쟁쟁한 팀들이 자리해 있어, 조별리그부터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된다. 황인선 감독은 “한 경기, 한 경기를 결승처럼 준비할 것”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4차 국내 소집 훈련을 마무리하는 소감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미얀마 여자 국가대표팀과 연습경기를 두 차례 진행했는데, 선수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두 경기를 치르면서 다른 전술을 시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황인선호는 4월 29일 열린 1차전에서 3-0 승리, 5월 3일 열린 2차전에서도 3-0 승리를 거뒀다.)
-전술적으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췄는가?
미들 지역에서의 안정적인 볼 소유를 통해 빈 공간을 찾고 공격을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을 넓게 쓰면서 상대를 측면으로 끌어내고,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간을 창출하면서 공격 숫자를 늘리는 전술을 구사하고자 한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점차 발전했다. 처음보다 의사소통을 많이 하면서 경기장 안에서 서로 맞춰나가려는 노력이 보인다.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
-최종 엔트리는 어느 정도 완성됐는가?
머릿속으로는 80퍼센트 이상 구상됐다. 다만 지난달 춘계연맹전에서 부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다음 달 여왕기 대회도 있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을 계속해서 관찰하면서 전체 선수 풀을 놓고 선수 구상을 완성해나갈 계획이다.
-코스타리카에서의 일정은?
3일 저녁에 출국해서 4일 현지에 도착해, 5일에 조 추첨식에 참석한다. 6일에는 편성된 조별로 경기장 및 훈련장, 숙소 등을 실사하고, 7일 귀국할 예정이다.
-조 편성에 있어서 기대 혹은 염려하는 바가 있다면?
모든 상대 팀을 존중하기 때문에 특정 팀을 집어서 말할 수는 없다. 월드컵에서는 어느 팀이든 우리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뛰어난 신체조건을 가졌거나 체계적인 여자축구 시스템을 갖춘 쟁쟁한 팀들이 많다. 우리는 우리가 준비한 것을 경기장에서 잘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큰 대회를 경험함으로써 자신감을 얻고 앞으로의 목표를 실현해나가는 데 있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후회 없이 준비해 가진 장점들을 모두 쏟아낼 수 있는 월드컵이 됐으면 한다.
-선수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하고 있는가?
늘 강조하는 것은 이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이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속 성장하고 나아가야 하는 선수들이다. 이번 월드컵 이후에 국가대표팀에 발탁되거나 해외로 진출하는 등의 큰 목표를 가진 선수들이기에,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돼서는 안 된다.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이기에 멀리 보며 생각하고 노력하라고 이야기한다.
-부임 당시 월드컵 우승이 목표라 밝힌 바 있는데, 변함없는가?
그렇다. 못해도 고(GO)다. 결과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2010년에 한국이 U-20 여자 월드컵 3위, U-17 여자 월드컵 우승을 이룰 줄 누가 알았겠는가. ‘용감한 장수 아래 약한 병사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 내가 강하고 굳건히 나아가면 선수들도 잘 따라오리라 생각한다. 우승은 모두가 원하고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물론 조별리그부터 결승을 목표로 두고 임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한 경기, 한 경기를 결승처럼 준비할 것이다.
-2010년의 기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그 주인공이 우리 선수들이기를 바란다. 지난달 춘계연맹전에 가서도 느꼈지만 현재 한국 여자축구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내가 선수로 뛸 때는 고등학교 팀이 18~19개였는데 지금은 12개뿐이다. 2010년에 U-20, U-17 대표팀이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여자축구 붐이 일어나 팀과 선수 수가 늘어났는데, 10년이 더 지난 지금은 오히려 더 척박하다. 때문에 국제대회에 나가는 대표팀들은 연령대를 막론하고 막중한 임무를 갖는다. 우리가 한국 여자축구 환경에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국 여자축구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싶다. 우리 선수들이 그 한 획을 그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
[뉴스출처 : 대한축구협회]